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생산지의 품질, 농부의 철학, 가공 과정의 정교함, 바리스타의 기술력까지 모두 평가 요소로 삼는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이러한 산업에서 최근 주목받는 변화 중 하나는 ‘대체 커피’에 대한 관심입니다. 기후 변화, 건강 이슈, 소비자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기존 커피를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음료가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도 실험적으로 도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커피 원두가 아닌 성분으로 만든 대체 커피를 기존의 평가 기준으로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 대체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혼란을 겪고, 시장도 왜곡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스페셜티 커피 산업 내에서 대체 커피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는지, 무엇이 여전히 부족한지를 분석하여 새로운 평가 체계의 필요성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기존 스페셜티 커피 평가 기준 개요
스페셜티 커피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평가 체계인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의 기준에 따라 평가됩니다. 일반적으로 생두 품질, 컵 프로파일, 균일성, 단맛, 산미, 바디감, 후미 등 총 10개 항목을 100점 만점으로 점수화하며, 80점 이상을 받은 커피만이 ‘스페셜티’로 인정됩니다. 이때 향미와 관련된 평가 항목은 전문 큐그레이더(Q Grader)가 관능검사를 통해 정량화하며, 특정 결점이 5개 이상 발견되면 자동 탈락 처리됩니다. 이러한 평가 체계는 커피라는 특정 작물의 특성에 맞춰 오랜 시간 구축된 만큼 신뢰도가 높고, 농가와 로스터리 간의 품질 보증 기준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커피 원두’ 기반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며, 전혀 다른 재료로 구성된 대체 커피는 기존 시스템 안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대체 커피에 적용 가능한 평가 요소는 무엇인가?
비록 원료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대체 커피에서도 적용 가능한 평가 항목은 분명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향미 프로파일, 바디감, 질감, 밸런스, 후미 등은 커피가 아닌 식물성 음료에서도 충분히 감각적으로 비교 가능한 요소입니다. 치커리 커피, 버섯 기반 커피, 보리 커피 등은 각각 특유의 향과 질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얼마나 조화롭게 느껴지는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관능 평가 기법이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최근 일부 스페셜티 로스터리에서는 자체적으로 대체 커피에 대한 관능 평가 표준을 만들고 있으며, 기존 SCA 양식을 수정하여 맛의 균형, 입안에서의 느낌, 여운 지속 시간 등을 별도로 기록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즉, 재료는 다르더라도 인간의 감각을 기준으로 한 평가 접근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체 커피도 '맛'이라는 본질적 요소에 대한 객관화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존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들
대체 커피의 평가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산미’, ‘청결함’, ‘생두 결점’ 등 커피에 특화된 평가 기준이 적용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산미는 아라비카 원두의 품질 평가에서 핵심 요소이지만, 치커리나 귀리 기반 음료는 산미가 거의 없거나, 산미가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생두의 외형적 결점을 기준으로 한 평가 방식은, 가공된 식물성 분말이나 액상 제품에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커핑(Cupping) 방식 자체도 전통적인 커피에 맞춰져 있어, 대체 커피의 고유한 우려내기 방식이나 추출 방법과는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스페셜티 커피 평가 시스템에 대체 커피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시도는 오히려 혼란만 초래할 수 있으며, 원재료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평가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대체 커피 전용 평가 기준의 필요성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대체 커피 전용 평가 기준이 별도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기준은 첫째, 원재료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며, 각 재료의 고유한 향과 맛이 얼마나 균형 있게 표현되었는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기능성 성분과 건강 효과에 대한 정보도 일정 부분 포함시켜야 합니다. 기존 커피가 ‘맛’ 중심이었다면, 대체 커피는 맛과 건강의 ‘복합적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제조 방식과 환경 지속성까지 포괄하는 총체적인 기준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방식으로 로스팅되었는지, 재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포함시킴으로써 소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음료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산업 전반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결론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오랜 시간 축적된 평가 기준과 시스템을 통해 품질 중심 문화를 형성해 왔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소비자의 가치가 달라짐에 따라, 전통적 커피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체 커피가 새로운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때 대체 커피를 기존의 기준으로 억지스럽게 평가하는 대신, 그 특성과 목적에 맞는 독립적이고 정교한 평가 체계가 구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맛, 향, 기능성, 지속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는 새로운 평가 프레임은 대체 커피 산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보다 포괄적이고 유연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커피 문화는 단일 기준에 갇히지 않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할 때 더욱 풍성해질 수 있으며, 대체 커피에 대한 공정한 평가 기준 마련은 그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